솔직히 저는 따리 삼탑도영공원에 가기 전까지 탑이 이렇게 거대할 줄 몰랐습니다. 세 개의 큰 탑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그저 예쁜 관광지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탑 앞에 섰을 때 느낀 압도감은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의 석탑 세 개가 설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풍경은 제가 운남성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삼탑도영공원, 현금만 가능하다는 함정

공원 입장권을 사려고 매표소에 갔는데 현금만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도 혹시 중국 여행 중에 이런 상황 겪어보셨나요? 요즘 중국은 모바일 결제가 워낙 발달해서 현금 없이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삼탑도영공원은 아직 현금 결제만 가능했습니다. 성인 기준 75위안, 학생은 37위안인데 이 입장권으로 숭성사삼탑(崇圣寺三塔)까지 함께 입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숭성사삼탑이란 따리의 대표적인 불교 사찰 유적지로, 주탑은 16층 높이에 달하는 전탑(磚塔) 구조입니다. 전탑은 벽돌로 쌓아 올린 탑을 의미하는데, 한국의 석탑과는 다른 중국 특유의 건축 양식입니다. 저는 현금이 없어서 주변 가게에 들어가 100위안을 환전했는데, 이미 공원까지 온 김에 그냥 돌아가기는 너무 아까웠거든요.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호수가 나타났고, 호수 너머로 세 개의 탑이 멀리 보였습니다. 호수에 비친 탑의 모습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포토 스팟이 제법 붐볐습니다. 중국 관광지 특성상 보통 입구와 실제 관광지 사이가 멀어서 관광 셔틀을 꼭 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출처: 중국국가여유국), 이곳은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한 거리였습니다. 사람도 많지 않아서 한가롭게 산책하면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숭성사삼탑, 기울어진 탑의 비밀

삼탑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 공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더 가니 본격적인 숭성사삼탑 구역이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세 개의 탑 중 하나가 살짝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저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과거 지진으로 인해 한 탑이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설산과 세 개의 탑이 어우러진 장면은 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높은 주탑은 총 16층으로, 당나라 시대인 9세기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중국문물국). 탑 내부로 올라갈 수는 없지만 탑 아래 가까이까지는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탑 아래에서 멀리 바라보니 따리의 또 다른 명소인 얼하이(洱海) 호수가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쟁과 화재로 유실된 문화재가 많아 이렇게 큰 규모의 탑을 세 개나 한 번에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곳곳에 사찰과 탑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서, 역사 유적을 둘러보는 재미가 한층 더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유적지를 방문할 때는 오전 일찍 가는 게 좋습니다. 해가 낮게 떠 있을 때 탑과 설산이 어우러진 풍경이 더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입구에서 삼탑까지 태워주는 관광 셔틀이 있지만, 저는 걷기를 추천합니다. 주요 관광지별 접근성(Accessibility)을 고려할 때, 이곳은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이기 때문에 굳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서 접근성이란 관광지까지 도달하는 난이도와 소요 시간을 의미하는데, 삼탑도영공원은 접근성이 매우 좋은 편에 속합니다.
다리고성, 벚꽃과 함께한 마지막 산책

삼탑 관람을 마치고 다리고성(大理古城)으로 향했습니다. 1월은 따리에서 벚꽃이 피는 시기라 고성 곳곳에 진분홍색 벚꽃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원래는 따리대학교에 벚꽃 구경을 가려고 했지만 기차 시간 때문에 결국 못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리해서라도 갈 걸 그랬나 싶습니다. 여행에서 못 간 곳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더라고요.
다리고성은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각종 상점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가게들이 많았습니다.
- 간식 거리와 찻집
- 기념품 가게와 액세서리 상점
- 운남성 특산 화과자 전문점
점심은 따리의 명물인 샤궈위(砂锅鱼)와 간궈양위(干锅洋芋)를 먹었습니다. 샤궈위는 얼하이 호수에서 잡은 생선으로 끓인 탕인데, 생선 가시가 정말 많아서 먹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선과 감자를 좋아해서 여행 내내 두 음식을 자주 골랐는데, 이날은 오히려 함께 주문한 볶은 감자 요리가 훨씬 맛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때 먹은 감자 요리 맛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간식으로는 카오루샨(烤乳扇)이라는 따리 특산 간식을 먹었습니다. 치즈를 구운 맛이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치즈 구운 맛이었고 특별한 풍미는 없었거든요. 솔직히 이건 한 번 먹어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고성 한가운데에는 폭포 분수대가 있었는데 제법 멋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분수대 앞에서 쉬면서 여행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리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든 생각은, 동행자와 취향이 맞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선과 감자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일행도 두 메뉴를 싫어하지 않아서 여행 내내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할 때 여행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따리대학교를 못 간 건 아쉽지만, 삼탑도영공원과 다리고성에서의 시간은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따리대학교 벚꽃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