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비자 면제 전, 중국 하이난성 산야는 한국인에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국 도시입니다. 저도 샤먼대학교 유학 시절 이 특례를 활용해 산야를 다녀왔는데, 유학생 신분으로는 굳이 이곳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 다녀온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여름휴가로 산야를 다시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기차역의 보안검사 시스템
산야로 이동하던 날, 저는 하이코우 동역에서 처음으로 중국의 철도 보안 시스템을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유럽 여행에서는 기차역에서 가방을 열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중국은 달랐습니다.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필요시 신분증 확인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중국의 실명제 철도 시스템이란 승차권 구매부터 탑승까지 모든 단계에서 신분증 확인을 거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출처: 중국국가철도집단). 현지인들은 자동 게이트를 통해 얼굴 인식과 신분증 스캔으로 빠르게 통과하지만, 외국인은 무조건 유인 창구에서 여권을 대조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써보니 이 시스템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저는 출발 1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도 여유가 있다고 느꼈을 정도입니다. 중국 정부가 2011년부터 도입한 이 실명제는 테러 방지와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데, 일반적으로 보안이 철저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외국인에게는 꽤 번거로운 절차였습니다.
산야역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시간이었지만 주변이 매우 밝았습니다. 하이코우보다 훨씬 번화한 느낌이었고, 역 주변부터 이미 휴양 도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산야 공원에서 본 중국인들의 일상
다음 날 아침, 저는 산야의 한 공원을 방문했습니다. 야자수가 늘어선 길을 따라 걷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평일 오전인데도 공원 곳곳에서 중년층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춤을 추고 있었던 겁니다.
이른바 광장무(广场舞, 광창우)라고 불리는 이 문화는 중국 도시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단 운동입니다. 광장무란 주로 40~60대 중장년층이 공원이나 광장에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중국 특유의 여가 문화를 의미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으며, 현재 중국 전역에서 약 1억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출처: 중국국가체육총국).
저는 관광객 신분으로 그 공원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들은 매일 아침 이곳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무의식중에 그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우리와 그들의 시간이 완전히 다른 속도로 흐르고 있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왠지 산야에 정착해서 평일 저녁마다 저렇게 춤을 추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으로 먹은 파인애플 볶음밥은 맛이 특별하진 않았지만, 통 파인애플 안에 밥이 담겨 나온 비주얼은 신기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리고 식당으로 가는 길목의 풍경이 예뻐서, 지금도 그 길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산야 공원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열대 기후로 인해 야자수와 열대 식물이 사계절 푸르름
- 평일 오전부터 광장무를 추는 현지인들로 활기참
-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 비율이 높아 일상적인 분위기
유학생 시절에만 갈 수 있었던 이유
산야가 속한 하이난성은 중국에서도 특별한 지역입니다. 2000년부터 한국인에게 15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2018년 이후에는 59개국으로 확대된 비자면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출처: 중국 국가이민관리국). 일반적으로 중국 여행에는 비자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하이난성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저는 당시 학생 비자를 갖고 있어서 굳이 비자면제 혜택을 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산야를 선택한 건 샤먼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 있다면 여름휴가지로 산야를 고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휴양지가 훨씬 접근성도 좋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보니 산야는 중국 현지인들을 위한 휴양지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베이징, 상하이 등 북부 대도시에서 온 중국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리조트 시설은 좋았지만 언어 소통이나 결제 시스템(위챗페이, 알리페이 중심)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다소 불편한 면도 있었습니다.
다만 유학생 신분이었기에 중국 내에서 이동하며 여러 도시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산야 여행은 제게 중국 사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