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샹거리라에서 마지막날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나파하이 공원이라는 초원을 마지막으로 갔다가 따리라는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정입니다. 솔직히 저는 겨울에 초원을 간다는 게 얼마나 좋을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푸른 풀밭 대신 갈색 땅이 펼쳐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샹거리라(香格里拉)에서의 마지막 날, 나파하이(纳帕海) 초원을 다녀온 경험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설산과 초원이 만들어낸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했던 여러 액티비티들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나파하이 초원, 겨울에 가도 괜찮을까요?

많은 분들이 초원 여행은 여름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겨울 비수기에 간 선택이 오히려 잘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나파하이 초원은 해발 약 3,200m에 위치한 고원 습지로,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고원 습지란 높은 산지에 형성된 물과 풀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의미하는데, 나파하이는 특히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합니다(출처: 중국국가지리).
제가 방문했을 때는 초록색 초원 대신 갈색 땅이 펼쳐져 있었지만, 사람이 거의 없어서 일행과 단둘이 조용하게 관광할 수 있었습니다.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집요하긴 했지만, 성수기처럼 관광객들과 부딪히거나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습니다.
초원 투어는 A, B, C 코스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A코스는 동절기에 눈으로 길이 막혀 운영하지 않았고, C코스는 가격이 비싼 대신 더 넓은 지역을 둘러본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초원 체험이 주된 목적이었기에 적당한 가격의 B코스를 선택했습니다. B코스는 말을 타고 마을을 지나 초원으로 가서 여러 액티비티를 즐긴 뒤, 배를 타고 돌아오는 구성이었습니다.
말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마을 안의 작은 사원 같은 곳에 들렀는데, 그곳에서 기도용 원통을 세 바퀴 돌리라고 안내받았습니다. 이건 티벳 불교의 마니차(摩尼车)라고 하는 것으로, 원통을 한 번 돌릴 때마다 그 안에 적힌 경문을 한 번 읽는 것과 같은 공덕을 쌓는다는 믿음이 담긨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돌렸는데 친구는 소원을 빌었다고 하더군요.
초원에서 꼭 해봐야 할 체험들
초원에 도착하자마자 호수와 설산, 그리고 갈색 땅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땅이 초록색이었다면 더 예뻤겠지만, 그래도 멀리 보이는 설산의 위용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액티비티들의 가격과 소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통 의상 입기: 20위안 (약 3,500원) - 티벳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 촬영
- 양 안고 사진 찍기: 10위안 (약 1,800원) - 한 번만 안고 찍는 것이라 가성비가 아쉬움
- 활쏘기: 20위안 15발 (약 3,500원) - 가장 재미있었던 체험
외국 여행을 갈 때 저는 보통 그 지역 전통 음식을 찾아다니는 편인데, 이번에는 전통 의상도 꼭 입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그 지역 음식을 맛보기도 어렵지만, 전통 의상을 입어볼 기회는 더욱 드물기 때문입니다. 티벳 옷을 살면서 언제 입어볼까 생각해보면, 그때 입어본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활쏘기는 예상 외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고원 지대에서 바람을 맞으며 활을 쏘는 경험은 도시에서는 절대 해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상인들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굉장히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체험을 권유했는데, 특히 양 안고 사진 찍기를 하는 분은 거의 5분 넘게 따라왔습니다. 양이 무섭다는 핑계로 겨우 따돌렸지만, 이런 호객행위는 비수기 여행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돌아올 때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넜는데, 저희가 그날 첫 손님이었는지 배가 얼음을 깨면서 지나갔습니다. 나파하이는 겨울철 철새 월동지로 지정된 람사르 습지인데, 여기서 람사르 습지란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인정된 중요 습지를 의미합니다(출처: 람사르협약).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흑두루미와 반머리기러기 같은 철새들을 여러 마리 볼 수 있었습니다.
샹거리라에서의 마지막 식사와 따리로 이동

초원 체험을 마치고 샹거리라 고성으로 돌아와 짐을 찾은 뒤, 따리로 가기 전 마지막 점심을 먹었습니다. 티벳식 돼지고기 튀김과 수성양화(水性杨花)라는 야채를 주문했는데, 맛은 괜찮았지만 기름이 너무 많아서 느끼했습니다. 지금 당시 사진을 보면 돼지고기에 비계가 대부분이어서, 너무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제주도에서도 비계만 있는 삼겹살을 팔았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샹거리라도 비슷한 상황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곳은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이고 한겨울이었기에,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이해했습니다. 추운 지방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며 추위를 견뎠다는 점도 생각해봤습니다. 다만 후식으로 먹은 야크 요거트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일반 요거트보다 훨씬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났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샹거리라 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샹거리라는 기차역이 없어서 비행기나 시외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는데, 특히 외국인은 인터넷 사전 예매가 불가능해서 현장에서 직접 표를 구매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따리행 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님께 물어보니 샹거리라에서 따리까지는 총 6시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운남성 북쪽 끝에서 남쪽 끝도 아니고, 그저 도시 사이를 이동하는데 이 정도 시간이 걸린다니 중국의 땅 크기를 실감했습니다. 운남성 하나의 면적이 한반도의 약 1.8배에 달하니, 성 내부 이동만으로도 국토를 횡단하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는 셈입니다.
샹거리라는 독특한 티벳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고, 특히 나파하이 초원에서의 체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만약 나중에 다시 중국에 살 일이 있다면, 샹거리라를 봄, 여름에 다시 방문하거나 신장 지역을 가고 싶습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유목민들이 지내던 생활상을 더 깊이 체험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음번에는 여름철에 방문해서 초록빛으로 뒤덮인 초원의 모습도 꼭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