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관광지보다 경제특구로 알려진 도시라 뭘 봐야 할지 막막하실 겁니다. 저도 친구 따라 심천 갔을 때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이 도시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더군요. 특히 고층 빌딩 숲을 활용한 레이저쇼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오늘은 제가 2박3일 동안 경험한 심천의 실제 모습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시민중심 레이저쇼, 빌딩 전체가 캔버스가 되다
심천에서 꼭 봐야 할 것을 하나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시민중심 레이저쇼를 추천합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7시, 8시 두 차례 진행되는데 공휴일에는 밤 9시에 한 번 더 합니다. 제가 처음 레이저쇼를 봤을 때 솔직히 별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되니 스케일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국의 시그니엘 레이저쇼는 건물 하나만 활용합니다. 여기서 빌딩 파사드(building facade)란 건물의 외벽 전면을 의미하는데, 심천은 시민중심 건물뿐 아니라 주변 모든 고층 빌딩의 파사드가 동시에 레이저쇼에 참여합니다. 마치 도심 전체가 거대한 검은 도화지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상해와 홍콩에서도 여러 레이저쇼를 봤지만 이렇게 여러 건물이 동시에 움직이는 건 심천이 유일했습니다.
쇼는 약 14분간 진행됩니다. 그동안 한 눈 팔 수가 없을 정도로 장면이 계속 바뀝니다. 시민중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면 전체 쇼를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쇼가 끝난 후에는 건물 뒷편에 조명 조형물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여운을 즐기기 좋습니다. 지금은 드론 기술도 발달했으니 공중에서 드론 쇼까지 더해지면 더욱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출처: 심천시 문화관광국).
연화공원 정상에서 보는 심천 스카이라인

연화공원은 심천의 대표적인 도심 공원입니다. 여기서 스카이라인(skyline)이란 도시 건물들이 하늘과 맞닿은 윤곽선을 말하는데, 연화공원 정상에서 바라보는 심천 스카이라인은 정말 압권입니다. 공원 입장료는 무료이고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천천히 올라가기 좋습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 20분 정도 걸립니다. 제가 올라갔을 때는 오후 시간대였는데 햇살이 고층 건물에 반사되면서 빛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상에는 덩샤오핑 동상이 있습니다. 많은 중국인들이 이 동상과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라 중국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특히 앞서 소개한 시민중심 레이저쇼가 이 공원에서 한눈에 보입니다. 레이저쇼가 있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저녁에 미리 연화공원 정상에 올라가 계시면 쇼를 감상하기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저녁 6시 30분쯤 자리를 잡으시면 여유롭게 야경을 즐기다가 7시 레이저쇼를 볼 수 있습니다.
인재공원 야경, 호수 넘어로 펼쳐지는 빛의 향연

인재공원은 저녁 시간대를 추천합니다. 낮에는 평범한 호수 공원이지만 해가 지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바뀝니다. 호수 건너편 고층 건물들이 일제히 조명을 밝히면 물에 반사된 빛이 환상적인 야경을 만들어냅니다.
이곳도 금요일, 토요일, 공휴일에는 레이저쇼를 합니다. 시민중심과는 다른 장소에서 진행되는 또 다른 레이저쇼입니다. 저녁 7시 30분, 8시 30분, 9시 30분 세 차례 진행되니 시민중심 레이저쇼와 시간을 조율해서 둘 다 보실 수도 있습니다. 입장료는 역시 무료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주말 저녁이었는데 산책하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제법 붐볐습니다.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야경을 즐기기 좋습니다. 건물 중간에 설치된 다리에도 조명이 들어와 포토 스팟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심천의 현대적인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홍콩 음식 전문점에서 맛본 이색 디저트

심천은 지역 특산 음식보다는 중국 각지의 음식이 모여 있는 도시입니다. 저는 6개월 중국 유학 중에 심천을 방문했는데 한국 순대국집을 발견하고 너무 감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직접 순대를 공수한다고 들었는데 맛이 정말 한국과 똑같았습니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홍콩 음식 전문점을 방문했습니다. 사실 심천에서 홍콩 음식을 먹는다는 게 좀 웃기긴 했습니다. 다음 날 홍콩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음식점의 특별한 디저트 사진을 보고 꼭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링거 모양의 두유 팥빙수였습니다. 링거처럼 생긴 병에 두유가 들어있고 아래 컵에는 살짝 얼린 팥이 담겨 있습니다. 노란 다이얼을 조절하면 두유가 팥 위로 떨어지면서 섞이는 방식입니다. 섞어서 먹으니 달달한 팥빙수 맛이 났습니다. 획기적으로 맛있다기보다는 비주얼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 디저트였습니다.
다른 메뉴로는 닭고기 소세지인 생전계육장(生煎鸡肉肠)을 주문했는데 우리나라 일반 소세지와 비슷한 맛이었습니다. 면 요리는 참깨라면에 청경채와 햄을 추가한 느낌이었고요. 디저트로 주문한 나이요주주는 달달하고 바삭한 빵이었는데 제 입맛에는 가장 잘 맞았습니다. 레몬차는 뜨거운 물에 생레몬만 넣은 심플한 스타일이었습니다.
분위기는 한국의 분식집이나 패밀리레스토랑 같았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습니다. 고작 이 디저트 때문에 버스로 1시간을 이동했나 싶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여행의 추억입니다.
심천은 베이징이나 시안처럼 역사적 유적지가 많은 도시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발전상을 가장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레이저쇼는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힘든 규모와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공원 산책과 야경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다만 관광지보다는 현대적인 도시 풍경을 즐기는 여행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방문해서 또 보고 싶어요. 그때는 건물 쇼만 있었는데 지금쯤이면 기술이 발전해서 드론도 날라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