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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북부 버스투어 (만좌모, 츄라우미, 오키나와 역사)

by Shatte 2026. 5. 8.


렌트카가 있는데도 버스투어를 선택하면 손해일까요? 저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대학교 1학년, 생애 첫 해외여행지로 오키나와를 선택했을 때, 일본은 차선이 한국과 반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렌트카는 선택지에서 지워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오키나와 북부를 가장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었다는 걸 다녀오고 나서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렌트카보다 버스투어가 나은 이유

오키나와 북부까지는 나하에서 편도로 약 2시간 거리입니다. 왕복 4시간 운전에 고속도로 통행료인 유료도로비(高速道路料金)까지 더하면 생각보다 비용이 꽤 올라갑니다. 여기서 유료도로비란 오키나와 자동차도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통행료로, 나하에서 나고 방면까지 편도 기준 약 1,000엔 이상이 소요됩니다.

버스투어는 이 비용에 츄라우미 수족관 입장권이 패키지로 포함되어 있어 개별 이동보다 총비용이 낮게 나오는 구조입니다. 저처럼 운전에 자신이 없는 여행자라면 더욱 현실적인 선택지입니다. 게다가 가이드가 동행하기 때문에 관광지마다 이동 동선을 고민할 필요가 없고, 오키나와의 지리나 역사적 배경까지 설명을 들으며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버스투어를 선택하기 전 확인하면 좋은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츄라우미 수족관 입장권 포함 여부
  • 출발 시간 (일찍 출발할수록 각 관광지 체류 시간 여유)
  • 탑승 장소 (나하 국제거리 근처 또는 아메리칸 빌리지 근처 선택 가능)
  • 만좌모 입장료 별도 납부 여부 (현금 100엔 필요)

만좌모와 코우리 대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첫 번째 목적지인 만좌모(万座毛)는 솔직히 기대 없이 갔습니다. 수족관만 생각하고 나머지 관광지는 그냥 지나치는 코스 정도로 여겼거든요. 그런데 막상 절벽 위에서 펼쳐지는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만좌모는 류큐석회암(琉球石灰岩)으로 이루어진 해안 절벽 지대입니다. 류큐석회암이란 오키나와 일대에서 형성된 산호초 기원의 석회암으로, 수만 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깎이며 지금의 코끼리 형상 절벽을 만들어냈습니다. 약 30분의 자유시간 동안 산책로를 한 바퀴 돌면서 사진 찍고 화장실까지 다녀오기에 딱 맞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코우리 대교(古宇利大橋)는 이번 투어에서 인생샷을 가장 많이 건진 곳입니다. 전체 길이 1.9km의 해상교량으로, 다리 양쪽으로 보이는 투명한 에메랄드 바다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가봤는데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아름다웠습니다. 자유시간 30분 동안 해변을 걸으며 매점에서 간식도 사먹었는데, 나중에 다시 한번 더 느긋하게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츄라우미 수족관, 세계 2대 수족관이라는 말의 무게

츄라우미 수족관은 오키나와 북부 해양박람공원(海洋博公園) 내에 위치한 세계적인 규모의 수족관입니다. 세계 수족관 규모 순위 기준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메인 수조인 구로시오의 바다(黒潮の海)는 가로 35m, 세로 8.2m, 수용량 7,500톤에 달하는 대형 아크릴 패널 수조입니다(출처: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 공식 사이트).

여기서 아크릴 패널이란 수조의 투명 유리창 역할을 하는 고강도 플라스틱 소재로, 전시장에서 실물 두께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전시해두고 있었습니다. 그 두께를 직접 손으로 만져봤는데, 고래상어가 수조 앞을 유유히 지나가도 전혀 불안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생길 만큼 두껍고 묵직했습니다.

가이드의 추천대로 도착하자마자 돌고래쇼(돌고래 퍼포먼스)를 먼저 보고 수족관을 관람하는 순서로 움직였습니다. 오전 10시 30분 공연을 보고 나서 수족관을 돌면 전체 동선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집니다. 저는 수족관을 둘러보면서 유리창 너머 물고기들을 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아름답고 신기한 동시에, 저 생명들이 드넓은 바다 대신 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복합적인 기분을 만들었습니다. 안전하지만 자유가 없는 삶. 솔직히 저라면 위험하더라도 바다를 택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조 앞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첫 해외여행에서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키나와가 일본과 다른 이유, 가이드에게 들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오키나와의 역사를 설명해줬는데, 그 내용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원래 독립 왕국인 류큐왕국(琉球王国)이었습니다. 류큐왕국이란 1429년부터 1879년까지 오키나와 제도를 중심으로 존재했던 독자적인 왕국으로, 일본에 강제 병합되기 전까지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유지했습니다(출처: 오키나와현 공식 관광정보 사이트).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 방어를 위한 지상전 무대가 되었고, 민간인을 포함한 오키나와인들이 막대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 역사적 배경 때문에 오키나와 사람들 중 일부는 스스로를 '일본인'이 아닌 '오키나와인'으로 정체화하며, 독립과 자치에 대한 목소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 섬이 왜 일본 본토와 분위기가 그렇게 다른지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나중에 도쿄를 방문했을 때 두 지역의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음식의 결이 다르고, 거리의 공기가 다릅니다. 일본이지만 일본 같지 않은 곳, 그게 오키나와였습니다.

마지막 코스인 아메리칸 빌리지(American Village)는 미군 기지 반환 부지를 재개발한 복합 관광지입니다. 알록달록한 건물들과 선셋 포인트가 유명하고, 토요일 저녁에는 불꽃놀이도 진행됩니다. 저는 블루씰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아이쇼핑만 했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저녁 식사까지 이곳에서 해결하는 걸 권합니다. 츄라우미 주변 식당들은 솔직히 가성비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오키나와 북부를 처음 여행한다면 버스투어 하나로 핵심 관광지를 전부 커버할 수 있습니다. 운전 부담 없이 이동하면서 현지 가이드의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는 점은 개별 여행으로는 얻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렌트카가 있어도 북부만큼은 버스투어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제 생각이 변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키나와 북부 일정을 고민 중이라면, 예약은 성수기 전에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인기 날짜는 꽤 빨리 마감됩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vlfldk/224249500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