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코타키나발루 반딧불 투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반딧불 투어에서 반딧불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황당한데, 투어 중 제공된 음료를 마시고 배탈이 나서 정작 반딧불이가 나타났을 때는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오히려 반딧불 투어에서 진짜 조심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반딧불 투어 시간과 노을, 그리고 맹그로브 숲

투어는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시작됩니다.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동하는 동안 코타키나발루 특유의 짙은 주황빛 석양이 강 위로 펼쳐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노을 구간이 생각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이드들이 사진을 기가 막히게 잘 찍기 때문에 찍어준다고 하면 절대 사양하지 마세요.
강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맹그로브(mangrove) 숲이 양쪽으로 펼쳐집니다. 맹그로브란 열대·아열대 해안가의 강 하구에 자라는 특수한 수목 군락으로, 육지와 바다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코타키나발루의 맹그로브 숲은 수질이 맑은 환경에서 자란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보면 강물이 꽤 탁해 보여서 저는 속으로 "정말 1급수 맞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강을 지나는 도중 원숭이도 만났습니다. 가이드가 원숭이 눈을 직접 응시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는데, 동물 행동학 관점에서 보면 직접적인 눈 맞춤, 즉 아이컨택(eye contact)은 상대를 위협하거나 도전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원숭이 입장에서는 "싸우자는 거냐"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니 사람도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눈을 빤히 응시하면 기분이 묘해지잖아요. 동물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투어 전체 소요 시간은 이동 포함 약 4~5시간입니다. 저녁 일정을 통째로 비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반딧불 투어 준비물, 모기 기피제 언제 뿌려야 하나
반딧불 투어가 '모기 투어'라는 별명으로도 불릴 만큼 강가 맹그로브 숲의 모기 밀도는 상당합니다. 그래서 저도 모기 기피제(insect repellent)를 챙겨갔습니다. 모기 기피제란 모기가 인체를 인식하는 데 쓰는 화학 신호를 교란하여 접근을 차단하는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DEET(디에틸톨루아미드) 성분이 주요 방충 물질로 사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반딧불 투어를 할 때 기피제를 현장에서 뿌리면 안 됩니다. 반딧불이는 화학 물질 냄새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피제 향이 강한 사람에게는 가까이 오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지 가이드가 반딧불이를 손으로 유도할 때, 기피제를 뿌린 분들보다 뿌리지 않은 분들 쪽으로 먼저 이동하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모기 방어는 어떻게 하느냐. 답은 간단합니다. 배를 타기 전, 즉 해변이나 숙소 출발 전에 미리 뿌려두는 것입니다. 저는 노을 사진을 찍을 때 이미 기피제를 뿌려둔 덕분에 투어 내내 모기에 물리지 않았습니다. 기피제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건 복장입니다. 핵심 준비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얇은 소재의 긴팔 상의와 긴바지 (모기 방어의 기본)
- 출발 전 미리 뿌려둔 모기 기피제 (현장 사용 금지)
- 스마트폰 플래시 및 밝은 화면 사용 자제 (반딧불이는 작은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
- 진한 향수나 강한 향의 바디로션 자제
스마트폰 플래시 금지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는 점도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반딧불이의 발광(bioluminescence, 생물발광)은 루시페린이라는 화학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여 빛을 내는 생화학적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자신들만의 신호로 짝을 찾거나 의사소통하는 고유한 빛인데, 외부의 인공광이 이 신호를 방해합니다. 그러니 플래시를 켜는 것은 그들의 대화를 끊어버리는 셈이라고 보면 됩니다.
투어 음식, 이건 진짜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반딧불 투어 중간에 간단한 식사나 음료가 제공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때 제공된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가 두세 시간 뒤 심한 복통을 겪었습니다. 정작 반딧불이들이 나무 위를 수백 마리씩 수놓을 때 저는 배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 오렌지 주스가 왜 의심스러웠냐면, 맛이 오렌지 과육을 간 주스가 아니라 물에 파우더를 탄 맛이었습니다. 위생 관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얼마나 깨끗한 물로 타고 얼마나 신선한 얼음을 넣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음식은 가열하면 어느 정도 살균이 되지만 차가운 음료는 그냥 그 상태로 들어오는 것이라 더 취약합니다.
동남아 여행 중 식품 매개 질환(foodborne illness)은 흔하게 발생합니다. 식품 매개 질환이란 오염된 음식이나 음료를 통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체내에 유입되어 발생하는 소화기 감염 질환을 뜻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억 명이 오염된 음식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WHO). 동남아 여행지에서 제공되는 차가운 음료나 얼음 사용 음료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제 경험상 투어 제공 음식은 거절하거나, 먹더라도 가열된 음식 위주로 드시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음식 때문에 반딧불이가 손바닥 위에 살포시 앉는 그 순간을 배를 붙잡고 지나쳐야 했던 건 정말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코타키나발루 반딧불 투어는 살면서 그렇게 많은 반딧불이를 한꺼번에 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충분히 할 가치가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는 어릴 때 산속에서 반딧불이를 보았다고 하지만 지금 도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경험이니까요. 저처럼 배탈로 기억을 반쪽짜리로 만들지 않으려면, 모기 기피제 타이밍, 얇은 긴 옷, 그리고 투어 음료 주의 이 세 가지만 잘 챙겨가시면 충분히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pbom22/224179363448?isInf=true&trackingCode=nx